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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평범한 백성이 최초로 필리핀까지 가게 된 사연

by 역사채우기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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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전라도 우이도(신안군)에 살던 '문순득'이라는 평범한 어민이 있었습니다.

 

그는 평소처럼 홍어를 사기 위해 흑산도로 가던 중 풍랑을 만났고, 다행히 죽을 위기를 모면하고 며칠간 표류하다 류큐 왕국(현재의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했습니다.

조선에서 류큐왕국으로 표류한 문순득

 

 

당시 류큐 왕국은 조선과 청나라에 모두 국교가 맺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문순득은 류큐에서 청나라로 가는 조공선에 탑승하여 중국을 통해 조선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류큐 항구 (출처 : 오키나와현립박물관)

 

 

그런데 거기서도 또 풍랑을 만났고, 같이 갔던 일행 대부분은 목숨을 잃었으나 문순득은 불행 중 다행으로 목숨은 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도착한 곳은 여송국(당시 스페인령 필리핀)이었고, 그때까지 조선은 여송국이라는 나라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문순득 : 아, 그냥 빨리 집에 가고싶다고..

여송국(스페인령 필리핀) 지도

 

 

그곳에서 문순득은 현지 언어를 익히고 서양 문물을 접하며 생활하다가 상선을 타고 마카오를 거쳐 청나라로 입국했습니다.

 

이후, 그는 육로로 광둥성-난징-베이징을 거쳐 드디어 조선으로 입국했고, 그 뒤에도 의주, 한양을 거쳐 무려 3년 2개월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했습니다.

문순득의 여정

 

 

고향에 돌아온 문순득제주도에 표류한 뒤 말이 통하지 않아 머나먼 타국에서 9년이나 머물고 있던 외국인들과 접촉하게 되었고, 이들이 여송국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9년 만에 말이 통하는 사람을 발견한 여송국인들은 '드디어 집에 돌아갈 수 있겠다!'라고 말하며 목놓아 울었다고 합니다.

 

그뒤 문순득은 자신이 풍랑을 만나 타국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합니다.

문순득 : 나는 3년인데 쟤들은 9년이나 머물렀으니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인가

제주도에 표류한 여송국인을 도와준 문순득

 

 

지금까지의 내용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라는 사람이 소흑산도로 유배되어 있을 때 문순득을 만나 들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지은 것이며(표해시말), 3년 2개월의 여정 동안 문순득이 일본(오키나와), 필리핀(여송국), 중국(청나라), 마카오를 거쳐가는 동안 보고 들었던 것과 그들의 생활, 풍속까지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정약용을 비롯한 당대의 실학자들에게도 전해지면서 이들의 세계관을 넓히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용

 

 

 

다음 시간에는 고구려 멸망의 단초를 제공한 백제의 인물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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